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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크래프트가 언급한 동시·병행적 조치는 사실 미국의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이는 가능한 수준에서 합의를 이루고 신뢰를 쌓은 뒤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선호해온 북한의 입장과는 간극이 크다. 그런 만큼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미국이 이 원칙을 협상 과정에서 유연하게 적용할 가능성을 시사한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란 군부의 최고권력자이자 중동정책 전반을 지휘해온 솔레이마니가 미국의 정밀 타격으로 희생되면서 양측의 전면충돌 가능성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긴급 성명을 내고 미국에 대한 “가혹한 보복”을 다짐한 것이 엄포만은 아닐 것이다.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중동 무장세력들이 행동에 나설 경우 전운이 중동 전역으로 번질 수 있다. 이런 불안을 반영해 브렌트유 가격이 전날보다 4.4% 급등했다. 2020년 새해 벽두부터 파국으로 치닫는 중동 정세가 우려된다.


요지부동하는 대치의 시작과 끝은 여전히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이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죽느냐 사느냐 사생결단밖에 없다”며 맨 앞에서 대화·협상의 문을 걸어 잠갔다. 기습적인 ‘회기 필리버스터’ 신청은 변칙 수단도 총동원하겠다는 신호탄이고, “밟고 가라”는 농성 플래카드는 ‘힘없는 양’ 코스프레를 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한국당은 14일엔 광화문에서 장외집회를 연다. 지난 8개월간 협상 의지도 대안도 비치지 않고 파국을 불사하겠다는 한국당의 마지막 행동은 명분을 찾기 어렵다. 당리당략에 꼬여 있는 이른바 ‘4+1 협의체’의 산고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본회의 상정을 예고한 오늘도 매듭짓지 못한 선거법은 국회 파행의 또 다른 배경이 됐다. 협의체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 비율과 석패율을 놓고 정파적 이해가 충돌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대의와 균형감을 잃지 않은 ‘게임의 룰’은 한국당도, 어느 정파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의대 인기가 치솟으면서 대입서열화의 정점에 의대가 자리 잡았고, 과학고·영재고는 의대로 가는 디딤돌로 여겨졌다.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학교운영은 바로잡아야 한다. 서울교육청과 서울과학고의 조치가 효과를 거두고 다른 영재고로 확산되기 바란다.


<기생충>은 미국 아카데미영화제의 역사도 새로 썼다. 비영어권 영화의 오스카 작품상 수상은 92년의 아카데미 역사에서 <기생충>이 처음이다. 그간 아카데미는 ‘백인영화제’ ‘미국 로컬영화제’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비영어권 국가에는 폐쇄적이었다. 아카데미영화제에서 국제영화상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문의 상은 미국 영화가 독차지했다. <기생충>은 또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수상하는 금자탑을 세웠다. <기생충>이 거둔 성과는 미국 영화 <마티>가 황금종려상(1955년)·아카데미 작품상(1956년)을 한꺼번에 거머쥔 이후 64년 만이다.


고엔카 사장은 이번 방한에서 쌍용차의 경영쇄신안을 밝힌 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금 대출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앞서 쌍용차에 모두 1000억원을 시설자금 형태로 대출해 줬다. 그런데도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는 요원한 상태다. 쌍용차는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문제는 쌍용차의 적자 개선 전망이 불확실한 가운데 또다시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다는 점이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회생을 위해 어떤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쌍용차가 구체적인 회생책을 내놓지 않은 채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한다면,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16일 외신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의 남북협력 추진 구상에 우려를 표명한 것이 파문을 빚고 있다. 해리스 대사는 정부가 추진 중인 북한 개별관광에 대해 “제재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다루는 것이 낫다”고 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그는 대북 제재하에서도 관광은 허용되지만, 방북 관광객이 반입하는 짐에 포함된 물건 일부가 제재에 어긋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방북루트에 대해서도 “관광객들이 DMZ(비무장지대)를 지날 것인가. 이는 유엔군 사령부와 관련이 있다. 어떻게 돌아올 것이냐”라고 했다고도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론에 공개 언급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주재국의 주권 침해로까지 해석될 수 있는 해리스 대사 발언에 강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한국당은 지난 2일 ‘비례자유한국당’ 창당준비위원회 결정 신고서를 선관위에 제출하고 본격적인 창당 작업에 나선 상황이다. 창당준비위 대표는 한국당 조직부총장의 부인이 맡았고, 창당 자금은 한국당 사무처 당직자들이 조달했다. 창당준비위 소재지는 한국당 당사이다. 창당 목적과 주체, 대표자, 구성원, 재정, 소재지 등 모든 면에서 한국당과 차별성이나 독자성이 어느 하나 존재하지 않는 정당이다. 한국당은 향후 ‘비례용 정당’으로 상당수 소속 의원들을 위장전입시켜 정당투표 용지에서 상위 순번을 확보하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합당을 통해 제1당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는 30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최대한 차지하기 위해 온갖 편법과 꼼수를 총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당의 목적과 조직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헌법 정신을 희화화하는 일이고, 그야말로 유권자를 ‘개·돼지’쯤으로 여기지 않고는 도모할 수 없는 막장 정치다.


‘4+1 협의체’가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최종 수정안에 대해 검찰이 반대 입장을 내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공수처법에 ‘검찰과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의 범죄 혐의를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간 데 대해 “중대한 독소조항”이라고 했다.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글자 그대로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범죄를 전담하는 기관이다. 검찰·경찰이 수사 중 고위공직자 비리가 포착되면 전담 수사기관에 넘기라는 건 중복수사를 방지하고 수사의 효율성을 위한 당연한 장치다. 수정안 이전 원안에도 ‘이첩 의무’를 규정해 수사의 우선권을 보장하도록 했다. 그게 공수처를 설립한 취지에 부합된다. 국가정보원법에 관계기관이 대공수사를 할 때는 국정원에 즉시 통보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


북한이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힌 7일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해 북·미 간 대화 모멘텀 유지에 공감했다고 밝힌 날이다. 또 같은 날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비핵화 이슈가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졌다”고 선언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이 내년 11월 미국 대선 개입을 원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이 자신의 재선 가도를 방해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뜻이다. 북·미 어느 쪽이든 한발만 더 나아가면 결정적으로 상황을 악화시킬 일촉즉발의 상황에 이르렀다.


정부는 이날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둔화에서도 ‘양호한 성장’을 유지했고 정부가 순환적인 경기둔화에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가까스로 2%대 붕괴를 면한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해 한국 경제의 명목성장률을 1.4%로 집계했다. OECD 36개국 중에서 34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양호한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부는 올 성장률 목표를 2.4%로 잡았다. 자신감도 내비쳤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성장세가 개선되고 민간부문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경제는 말이 아닌 실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북한이 안고 있는 고민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미국이 제재와 압박 정책을 고수하면서 북한의 선택지가 많지 않은 형편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을 제출했고, 한국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대북 제재 일부 완화 성명을 발표하는 등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주변국들의 행보와 고민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두 정상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로 소원해진 양국관계 발전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인화를 강조한 맹자의 말을 인용, 한·중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도 “우리는 줄곧 긴밀하게 협력해온 친구이자 파트너”라며 “양자관계가 새롭고 더 높은 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견인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이 한목소리로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자고 한 것은 인상적이다. 양국관계가 정상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는다. 반년 만에 만난 두 정상이 예정된 시간보다 25분 넘겨 총 55분간 대화를 나누고 화기애애한 오찬까지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사법개혁은 법제화와 제도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법조 내부의 낡은 관행과 오랜 관습을 시대정신에 맞게 끊임없이 혁신해 가야 완성되는 일이다. 추 내정자는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강조하며 “소명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토토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 다짐대로 사법과 검찰개혁의 시대적 소명을 한시도 잊지 않기 바란다.


패스트트랙 충돌로 고소·고발된 자유한국당 의원 중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3명만 검찰에 출석했을 뿐 나머지 57명 의원은 여전히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다른 사건엔 엄정한 수사와 법 집행을 외치는 의원들이 자신들의 문제에는 법치를 유린하고 있다. 일반 시민이 그랬다면 당장 체포하라고 경을 쳤을 것이다. 이런 오만과 이율배반이 없다.


이번 제안은 피해자 측에서 직접 내놓은 해결 방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동안 나온 관련 판결의 취지와 함께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문제 해결의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어 한국 정부와 문희상 국회의장이 내놓은 제안들과 다르다. 특히 이번 제안은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사죄·배상하라는 것이 피해자들의 기본적인 요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본의 전범 기업들이 중국인 강제연행·강제노동 문제를 해결한 방식을 참고한 것인 만큼 무리한 요구도 아니다. 이런 해법을 통해 한·일 양국 간 화해를 일구고 신뢰를 쌓으면서 미래로 가자는 제안에 절대 공감한다. 일본 정부는 이런 조건과 제안을 존중해야 백번 옳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일본 측은 이 제안을 거부했다. 일 정부 대변인인 스가 관방장관은 징용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일본 정부의 꽉 막힌 태도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피해자 지원단체가 숙고해 내놓은 의미 있는 제안이 무산될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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